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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에 해당되는 글 1

  1. 2015.03.05 150305
2015. 3. 5. 21:34 생각노트
만년필을 샀다. 그간 사고싶었던 연필도 샀다. 물론 나는 아직 많은 돈을 버는 사회인은 아니므로 저렴한 것으로. 방문을 꼭 닫고 책상 앞에 앉아 필사를 했다. 밀란쿤테라의 '무의미의 축제'. 가슴 저 아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사각거림이 참 좋다.

무의미의 축제. 모순적이다. 의미가 없는것과 축제가 병치될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때론 이런 모순이 커다란 울림을 주기도 한다. 오래된 미래나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쌓여가는 매일은 오랜 세월과 함께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만, 사실 그 매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의미한 것들의 연속이기도 하다. 무의미한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의미가 된다는 것이 실로 놀랍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무의미는 진실된 의미의 무의미가 아니다. 삶은 무의미 속에서 의미를 가지고 일상과 축제의 경계 또한 희미해진다. 바로 내가 숨쉬고있는 이 시간과 순간이 축제 그 자체가 된다.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속에도, 참혹한 전투속에도, 최악의 불행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궁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그래요. 아름답게요. 바로 당신 입으로, 완벽한, 그리고 전혀 쓸모없는 공원... 이유도 모른채 꺄르르 웃는 아이들...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이마셔봐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이 무의미를 들이마셔봐요.'

무한한 우주. 그리고 그 속의 먼지같은 지구. 그리고 그 안에 살고있는 수십억의 인류. 그리고 나. 어쩌면 나의 본질 그 자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다. 그래도 내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외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미가 모여 결국은 우주를 만들고, 그것은 바로 일상적이고 무의미한 것들이 만들어낸 가장 큰 의미다.

고로 내 인생은 그 어떤 무의미한 것들 사이에서도 가장 의미있고 아름답다. 그래서 일상을 축제와 구분짓는 것이야말로 무의미하다. 내가 숨쉬는 바로 이 모든 순간은 축제다. 무의미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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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rksh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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