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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4. 23:24 생각노트

오늘은 왠지 그 좋아하는 티비를 마다하고 싶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의 향초를 켜놓고 따뜻한 이불 속에 온 몸을 맡긴 채 책을 펼쳤다. 그러다가 책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음악이 문득 떠오르면 책은 저 멀리 덮어놓고선 또 음악만 하염없이 들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향, 사각거리는 종이소리, 그리고 이따금 들려오는 음악소리. 참 감사하다.

해가 뜨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시계가 무색할 만큼 내 하루는 고요했다. 해질녘 붉게 물든 노을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과 같다. 아쉬움과 포근함이 충만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증에 이골이 나다 못해 그냥 잠을 줄여버리기로 한 요즘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당장 내일에 대한 고민부터 내 인생, 우리의 인생, 그리고 세상의 평화까지 생각의 가지는 끝도 없이 뻗어나간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어왔는데 어쩌면 요즘의 나를 보면 사람도 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을 좋아하던 나에게 언제부턴가 고요함이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없는 , 그래서 누구의 시선도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곳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생각을 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래서 다음 내 여행지는 라오스였으면 하는 조그마한 희망사항이 생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용서되는 지상낙원에 꼭 가봐야겠다.

눈을 뜨면 오늘이 시작되고 눈을 감으면 오늘이 끝난다. 하지만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기 시작하면 어제와 오늘, 나아가 내일의 경계선들마저 희미해진다. 그리고 그 시간의 덩어리들은 내 머릿속 어딘가를 온통 휘젓고다닌다. 그러다가도 어느샌가 하얗게 바랜 색과 함께 고요해진다. 그렇다고 그 고요함이 희미해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아팠던 덩어리들의 색이 바래지면 그것들은 종종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사람은 원래 과거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희미하게 옅어진 경계선들 사이로 잊고싶은 것은 잊고 즐거웠던 것들을 극대화시켜 하나의 드라마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실로 사람의 기억은 진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나는 때론 옅어진 실타래들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다.

따스한 이불과 볕좋은 베란다에서 말린 빨래 특유의 향은 언제나 나를 기분좋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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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rkshiny